3일을 고산병으로 몸져누운 넬슨이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한 생각은 너무 오랜만에 과음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정신은 몽롱하고, 아직도 머리는 아팠다. 술과 코카잎 차로 채운 배는 쓰렸고,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들 앞에선 이제 다 나았으니 어서 유물이나 찾아 돌아가자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은 아들이 보고 싶었고, 외지에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화장실 안쪽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자신이 누구의 등에 업혀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속에서 또다시 구역감이 밀려오고, 토사물이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넬슨은 한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커헉. 헉, 우윽…”
“이렇게 누우면 역류한 토가 기도를 막고. 결국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 그래, 그런 방식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일부러 술을 마시게 하고 죽인 술주정뱅이 부부가 있었지.”
등이 순식간에 잡히고 등과 목을 쥔 손은 침대의 아래 바닥으로 넬슨의 머리를 잡아 끌었다. 등이 쓸어질 때마다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 올라오고 바닥에 토를 한 한참 후에 정신이 든 넬슨은 한기를 느끼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살아 돌아갈 수 있으려나…”
“하하.”
“자네 이럴 때마다 대답을 피하지 말게. 정말 나를 죽일 것 같지 않은가.”
넬슨은 자신의 입방정이 그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들이 자신 같은 부류를 꽤 싫어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얼굴만 봐도 재수가 없을까? 넬슨은 사회의 노동자 인권 위원회의 후원자이자 회원으로 공식적으로 소속되어 있고, 그들의 열의와 일개미 같은 성실성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경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철벅이는 소리가 들려 밑을 내려다본 넬슨은, 그가 방에 남은 수건으로 제 흔적을 군말 없이 치워주는 것을 보았다. ‘내 집사가 당신과 닮았어. 정말 똑같이 생겼는데.’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도 이렇게 성실하게 나를 보필해 줬지. 지금 그가 내 아들을 잘 보고 있을지.’ 묵묵부답이다. ‘그는 돈을 벌어 사회 운동에 기금하고 싶다고 말했어.’ 그 순간 숙였던 몸을 일으켜 세운 잭슨을 보며 넬슨은 화들짝 놀라 침대 안쪽으로 몸을 굴렸다.
“차를 끓여놓을 테니, 자다 일어나서도 어지러워지면 일어나서 마시세요.”
“고맙다네… 그래도 또다시 푹신한 침대를 써서 다행이야. 몸에 감각이 없긴 한데…. 매트리스가 좀 딱딱하긴 해. 그러니까.”
힘겹게 꾸물거리며 몸을 일으켜 기대앉아 있는 넬슨의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다. 출발 전 그와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어코 따라오는 열의란 무엇인가. 과도하게 포장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미친것이다.’ 맨정신으로는 걷지 않을 운명을 걷겠다고? 차라리 물 위를 걸으라지. 죽지 않을 믿음조차 없으면서. 그럼에도 넬슨은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과, 이 위험한 모험에 우리가 섞여 있다는 것에 큰 감복을 받았다. 꾸며내지 않는 진심이 술기운 때문인지 줄줄 터져 나온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한결 편해지고 깨끗한 복장의 그를 마주한다. 아, 참나. 수건을 이렇게 혼자 다 써버리면 이 방에서 씻지도 못한 나는 무엇으로 몸을 닦으라고. 핀잔은 그의 친절에 쏙 들어가니, 이 말은 좀 더 나중에 해야 할 것 같았다. 넬슨이 실실 웃었다.
“난 자네가 흑인이어도. 게이여도 친구라고 생각한다네.”